배달비 4천원 아까워 시작한 '냉파', 한 달 식비 42만원에서 18만원 된 썰
자취 5년 차 직장인에게 냉장고란 '신선식품의 무덤'이자 '배달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마실 물을 꺼내는 곳'이었습니다. 매일 밤 배달 앱을 뒤적이며 "오늘은 또 뭘 먹나" 고민하는 제게, 어느 날 4천원까지 치솟은 배달비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돈이면 콩나물 한 봉지가 얼마야..." 현타가 온 저는 큰맘 먹고 한 달간 '냉장고 파먹기(냉파)' 챌린지를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한 달 식비가 42만원에서 18만원으로, 무려 24만원이나 줄었습니다! 오늘은 그 눈물겹고도 뿌듯했던 한 달간의 생존기를 공유합니다.
1주차: 의욕과 혼돈의 보물찾기
챌린지 첫날, 저는 냉장고 문을 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냉동실 깊숙한 곳에는 언제 사뒀는지 모를 딱딱한 삼겹살 한 덩이, 냉장실에는 시들기 직전의 깻잎과 반쯤 남은 쌈장, 그리고 정체 모를 소스들이 가득했습니다. 이걸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니! 우선 모든 재료를 꺼내 화이트보드에 리스트업 했습니다. 생각보다 '재료'라고 부를만한 것들이 꽤 있더군요.
[여기에 냉장고 재료를 화이트보드나 종이에 적어놓은 사진 삽입]
첫 주는 이 '보물'들을 활용해 나름 그럴듯한 요리를 해 먹었습니다. 냉동 삼겹살은 김치찜으로, 시든 깻잎과 쌈장은 볶음밥으로 재탄생했죠. "이거 봐라, 나 요리 좀 하는데?"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샘솟던 시기였습니다.
2-3주차: 창의력의 고갈과 배달 앱의 유혹
위기는 2주차부터 찾아왔습니다. 쓸만한 재료는 거의 다 먹었고, 남은 건 양파 반 개, 대파, 유통기한 아슬아슬한 계란 몇 알, 그리고 각종 냉동 야채뿐. 매일 간장계란밥과 양파볶음만 먹다 보니 입에서 단내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비 오는 날 밤, SNS 피드에 올라오는 친구의 치킨 사진을 봤을 땐 정말이지 스마트폰을 던져버리고 싶었습니다. 배달 앱을 깔았다 지웠다 수십 번 반복하며 인내심의 한계를 테스트했죠.
🚨 위기 극복 꿀팁: '소스'를 제압하는 자가 냉파를 제압한다
이때 저를 구원해준 것이 바로 '소스'였습니다. 똑같은 양파와 계란이라도 굴소스를 넣으면 중국식 볶음밥이, 고추장을 넣으면 비빔밥이, 카레 가루를 넣으면 카레 볶음밥이 되었습니다. 집에 굴러다니는 소스들을 적극 활용하니, 제한된 재료로도 다양한 변주가 가능했습니다.
4. 4주차: 해탈, 그리고 새로운 발견
마지막 주가 되니 '무엇을 먹을까'가 아닌 '어떻게 먹을까'를 고민하게 되더군요. 냉장고가 텅 비어가는 모습을 보며 묘한 쾌감과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죠. 저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게 먹어도 충분히 살 수 있는 사람이었고,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챌린지를 통해 얻은 진짜 수확 3가지
- 계획적인 소비 습관: 이제 마트에 가면 '뭘 살까?'가 아니라 '냉장고에 없는 게 뭐지?'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충동구매가 사라졌습니다.
- '진짜' 배고픔을 알게 된 것: 심심해서, 스트레스받아서 먹는 '가짜' 배고픔 대신, 정말 배가 고플 때 건강한 한 끼를 챙겨 먹는 즐거움을 알게 됐습니다.
- 24만원의 추가 저축: 물론 이게 가장 큰 수확이죠! 이 돈은 저를 위한 비상금 통장에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결론: 냉장고를 비우니, 인생이 채워졌다
한 달간의 냉파 챌린지는 단순히 식비를 아끼는 것을 넘어, 저의 소비 습관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돌아보게 한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혹시 매달 반복되는 과도한 식비와 텅 빈 통장 때문에 고민이라면, 속는 셈 치고 딱 한 달만 도전해 보세요. 텅 빈 냉장고 속에서, 분명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댓글
댓글 쓰기